이야기 보따리를 채우는 삶
5월 5일 어린이날을 지나며 소소한 제 꿈 하나를 여러분과 나눠볼까 합니다.
제 삶의 철학은 창업이라는 길을 선택한 이유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저는 인생을 살며 저만의 이야기 보따리를 채우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마치 산타클로스처럼 커다란 보따리 안에 저만의 삶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두었다가, 언젠가 어린이들을 앞에 앉혀놓고 ‘라떼는 말이야~’를 하루 종일 늘어놓는 할머니가 되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런 할머니가 되려면 돈이나 명예보다 다채로운 경험이 더 많이 필요하겠지요. 그래서 더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경험을 수집하고 싶은 컬렉터의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소파(小波) 방정환. 작은 물결이라는 호처럼, 평생 어린이들 가슴에 잔물결을 일으키는 일을 하신 분이지요. 저도 언젠가 제 이야기로 누군가의 마음에 잔물결을 일으키는 할머니가 되는 날을 그려봅니다.
“나는 여태 어린이들 가슴에 ‘잔물결’을 일으키는 일을 했소. 이 물결은 날이 갈수록 커질 것이오. 뒷날에 큰 물결, 대파(大波)가 되어 출렁일 터이니 오래오래 살아 그 물결을 꼭 지켜봐 주시오.”
지금까지 제가 모은 이야기들 중에는 아이슬란드에서 일주일간 눈보라 속을 헤맨 끝에 첫 오로라를 마주한 이야기, 다합에서 형형색색의 바닷속 세상을 처음 알게 된 이야기, 디지털 노마드로 발리에서 서핑하며 일하다가 도쿄올림픽에 나갈 뻔한 이야기, 한국에 여행 온 손님들과 2년을 함께 산 이야기 같은 것들이 있어요. 계속 구독해 주신다면 언젠가 하나씩 풀어놓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사람마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가득한 것이 저는 참 좋습니다. 한 사람이 살아온 삶은 각자의 우주만큼 커서 온전히 이해하기엔 너무 깊고 넓지만, 그 작은 한 조각을 나눠 받는 것만으로도 듣는 이의 세계는 한층 넓어지니까요.
영화 《빅 피쉬》에서 주인공의 아버지 에드워드는 평생 허풍처럼 들리는 자기 인생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줍니다. 아들은 그게 다 거짓말이라 생각하며 아버지와 멀어지죠.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장례식에서, 이야기 속 인물들이 하나둘 실제로 나타납니다. 완전한 허풍은 아니었던 거예요. 과장은 있었지만, 사랑이 담긴 진짜 이야기였던 거죠.
“A man tells his stories so many times that he becomes the stories. They live on after him. And in that way, he becomes immortal.”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려주다 보면 결국 그 이야기 자체가 된다. 이야기는 그가 떠난 뒤에도 살아남는다. 그런 식으로, 그는 영원해진다.
저도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제가 떠난 뒤에도 누군가의 입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들을 남기면서요. 그러니 오늘은 제 보따리 속 이야기 하나를 꺼내볼게요.
다합의 바다
스물둘, 홀로 배낭을 메고 떠나 한 달을 머물렀던 그곳을 종종 떠올려봅니다.
다합은 참 독특한 곳입니다. 한국에서 가는 직항편이 없어 경유지를 거쳐야 하고, 가는 데에만 24시간이 꼬박 걸리지요. 앞으로는 깊고 푸른 바다가, 뒤로는 거친 베이지색 사막산이 펼쳐진 이색적인 풍경. 지금은 여행 유튜버들이 자주 소개하며 꽤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지만, 제가 방문할 때만 해도 ‘이집트에 있는 바닷가 마을’이라는 설명에서부터 물음표가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그곳에 모인 여행자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다합을 찾았습니다. 인생의 큰 결정 앞에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 세계여행 중에 잠시 쉬어갈 곳이 필요해서, 또는 다이빙과 사랑에 빠져서. 골목 한 켠에 베이커리를 열고 정착한 한국인 부부, 한 번의 숨으로 120m를 잠수하는 프리다이버, 프리다이빙의 행복을 더 많이 전하고 싶어 강사가 된 언니. 모두 저마다의 행복을 좇으며 자기만의 궤적을 그려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화려한 액세서리도, 화장도, 옷도, 돈도 필요 없는 그곳에서 우리는 꾸며내지 않은 온전한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했습니다. 밤바다 위에 떠서 나누었던 대화들. 더운 열기 탓인지 쏟아지는 별빛에 어지러운 탓인지, 각자의 덧없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참 많이도 나누었죠. 삶의 형태는 고정된 것이 아니구나, 삶은 이렇게 다채롭고 유연하구나, 내가 생각하는 행복과 타인의 행복은 이토록 다르구나. 각자의 여행길에서 잠시 만나 그 귀중한 순간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 지금도 마음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주친 창업자들도 비슷한 결의 사람들이었습니다. 라만차의 돈키호테처럼 적당히 장밋빛 안경을 쓰고, 각자의 꿈과 비전을 이야기하던 이들이었지요. 그들은 대수롭지 않게 제게 묻곤 했습니다. 나중에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 살고 싶냐고요. 오히려 그들에게는 한 나라에서 평생을 살아온 제가 신기해 보이는 듯했습니다. 단일민족 국가인 한국에서 나고 자란 저에게 그 질문은 낯설기만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들은 삶의 형태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체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 곁에서 깨달은 건, 도전이나 인생의 가치가 결과에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과 사랑을 얻는 것. 마음 깊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고 함께 성장하는 것. 그것이 제가 창업의 길을 선택한 이유가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어딘가에 도착해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걸어가는 과정에서 옆에 누가 있느냐가 행복을 결정합니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런 스님도 정성껏 기르던 난초에 마음을 빼앗겨, 외출 중에 혹시 시들까 허둥지둥 되돌아온 적이 있다고 고백하셨지요. 요가에서 구루로 불리시는 선생님께서도 차(茶)에 대한 소유욕만은 차마 버리지 못하시고 한쪽 벽면을 가득 찻잎으로 채워두셨더군요. 완벽한 무소유와 비움이란 어쩌면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라는 말이 있지요. 결국 삶에서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면, 무엇을 가졌느냐보다 누구와 걷고 무엇을 느꼈는지가 더 중요할 테니까요.
비밀 하나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을 위해 비밀 하나와 선물 하나를 살짝 꺼내볼게요.
사실 제 꿈은요, 바닷속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합의 홍해 바닷속에서 느꼈던 그 감각을, 누구나 똑같이 경험할 수 있게요. 숨을 참고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 소리가 사라지고 빛이 흩어지며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그 감각 말입니다.
기술과 예술의 교차점에서, 그곳을 찾은 이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마법 같은 순간을 선물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보람찬 생이 될 것 같습니다. 디즈니랜드를 좋아하는 저는 그곳에 갈 때마다 늘 제작자의 사랑을 느낍니다. 가만 보면 가장 감동적인 것은 기술력 그 자체가 아니라, 공간 구석구석에 스며든 제작자들의 ‘사랑’이더군요. 저도 그런 곳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작자와 경험자 모두가 사랑으로 가득 찬 경험을 나누는 곳. 자본과 인력이 워낙 많이 드는 일이라 근시일 내에는 어렵겠지만, 마흔 살, 쉰 살쯤이 되면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선물 하나
여러분은 운명을 믿으시나요? 저는 무언가를 해부하고 해체하고 분석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 자신에 대해서도, 또 타인에 대해서도 ‘나는 왜 이럴까, 저 사람은 왜 저럴까’ 곱씹어보곤 해요. 그럴 때 가끔 도구로 쓰이는 사주팔자는, 저마다 다른 삶의 곡선을 이해하려 할 때 꽤 쓸 만한 렌즈가 되어줍니다.
과학과 공학을 공부하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웬 미신이냐 하실 수도 있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미신은 불안한 감정을 다스릴 때 꽤 도움이 되거든요. 스타트업 업계에 있으면 으레 그렇듯, 모든 일이 잘 될 것 같은 느낌과 모든 일이 망할 것 같은 느낌이 매일 번갈아 찾아오니까요. 사람마다 저마다의 불안이 있겠지요. 요즘 괜히 마음이 불안하고 걱정이 드신다면, ‘다 잘 될 거예요’라는 말과 함께 사주 분석 서비스를 어린이날 선물로 드립니다. 크레딧이 한정되어 있으니 얼른 받아보시고, 마음에 드신다면 피드백 남겨주세요 :)
생년월일시를 넣으면 사주 해석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고, 궁금한 것은 채팅으로 물어볼 수도 있어요. 질문 5번까지는 무료이니 가볍게 시도해보세요. 저만의 작은 위로 방식이랍니다 :)
당신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인간 관계의 거미줄’이 짜인다고 했습니다. 진정한 행위의 결과물은 물질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엮이는 이야기라고요.
저는 여러분과 그 거미줄로 지독히 얽히고 싶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래서예요.
저와 꿈을 공유할 분들을 찾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도 제 보따리에 담고 싶고요. 꾸며내지 않은 온전한 모습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커피챗은 늘 환영이니, 편하게 연락 주세요.
안녕하세요,
AI와 함께 커머스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 주니어 CEO 스테파니입니다.
2022년 말 ChatGPT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생성형 AI 커뮤니티 BetaAI를 리드하며 AI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년간 AI 에이전트 팀과 엎치락뒤치락하며 대기업 직장인 연봉만큼의 매출을 만들었고, 지금은 AI와 사람 사이의 균형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든 것이 누군가의 일상에 작은 즐거움을 선물하는 순간을 가장 사랑합니다. 삐뚤빼뚤하지만, 계속 전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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